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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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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HIBITION NO.23-11-59

2023.11.03 ~ 2023.11.27

영원 · 허선정

2023-11 공모 기획전: 영원 · 허선정 영원 작가와 허선정 작가의 작품은 동양화다. 동양화는 기법에 따라 크게 수묵화/수묵담채화(水墨淡彩畵)와 채색화(彩色畵)로 나뉜다. 영원 작가의 작품은 수묵화고, 허선정 작가의 작품은 채색화다. 영원 작가의 화면은 무질서하고 동적으로 보이고, 허 작가의 화면은 질서 있고 정적으로 보인다. 동양화의 두 종류 기법과 대조적인 이미지를 함께 볼 수 있어 영원 작가와 허선정 작가를 한 전시에 소개한다. 수묵화는 물을 첨가해 먹을 갈아, 그것에 물을 섞어 사용하면서 농담(진함과 묽음)에 따라 달라지는 먹색의 여러 상태와 먹의 번지는 성질을 이용해 이미지를 만든 것이다. 때에 따라서는 옅은 색을 묽은 물감으로 추가하기도 하는데, 이러한 그림은 수묵담채화로 부른다. 채색화는 분채(粉彩)나 석채(石彩)로 불리는 광물성 물감을 아교와 섞어 칠해 대상의 색과 형태를 표현한 것이다. 이를 위해 대개 물감을 여러 차례 덧칠한다. 이에 따라 반복되는 붓질을 잘 견디고 물감이 얼룩지는 현상을 줄이기 위해 한지를 여러 겹 붙여 두껍게 만든 장지가 사용된다. 먹과 물감과 종이의 물질적 효과가 중요한 조형 요소가 되는 수묵담채화에는 물과 압력에 예민한 순지/한지가 주로 사용된다. 하지만 화면의 이미지를 만들 때 먹물의 번지는 효과보다 그것의 검은 색의 다양함과 그것으로 표현된 화가의 몸짓을 강조하게 될 때는 장지가 사용되기도 한다. 영원 작가는 작가 노트에 자신이 동양화를 전공하면서 발견한 이 장르의 특징을 “먹이 번지는 느낌과 마른 후의 느낌, 마르기 전의 축축하게 그어 놓은 선이 움직이는 것처럼 느껴졌다.”라고 요약했다. 이어서 작가는 이러한 그림은 캔버스에 유화 물감이나 아크릴 물감으로 그린 것과 달리 ‘수정이 불가능해 숙련된 기술을 요한다.’라면서, 기술에는 “손의 기술”과 “집중을 하는 마음 단련 기술”이 있는데, 이러한 마음이 자신이 그림을 그리는 이유라고 썼다. 아울러 작가는 “주로 큰 화폭에 팔과 다리를 몸통을 움직여 화면을 채운다.”라고 제작 방식을 설명했다. 영원 작가가 인지하고 있는 수묵화의 기본적 기법과 효과는 두 가지 방향으로 표현되었다. 하나는 작가의 몸짓의 격한 정도가 상상되게 먹물을 장지나 순지(한지)에 뿌리거나, 몸짓의 속도가 느껴지게 선을 그어 화면을 채운 작품이다. 이러한 기법의 작품은 추상화이다. 다른 하나는 숲이나 꽃 같은 식물을 선으로 묘사하거나 ‘하트’ 문양을 그린 것이다. 이러한 기법의 작품은 먹 드로잉이다. ‘하트’ 문양은, 이를테면 〈Love Affairs〉처럼, 생먹(물을 섞어 간 먹에서 물기를 제거해 먹의 미세한 분말로 짙은 검은 색을 만듦)을 이용한 추상화에도 등장한다. 이 문양은 작가가 그림을 그리는 이유로 든 “집중을 하는 마음 단련 기술”을 형상화한 것으로 볼 수 있고, 위에 언급한 작품에서처럼, 실제로 사랑과 관련된 마음을 이미지로 표현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영원 작가는 물을 많이 섞은 묽은 먹보다는 생먹을 선호한다. 대부분 작품이 어둡고 야생적으로 보이는 것은 그러한 이유에서다. ‘하트’ 문양이 눈에 띄기는 하지만 거칠게 그은 선이 뒤엉킨 화면은 생먹의 색과 질감이 주는 효과를 더 강하게 만들었다. 이에 따라 뒤엉킨 붓 자국과 얼룩이 만든 화면 이미지는 혼란스러워 보인다. 영원 작가는 작가 노트에 “빠르고 힘찬 선은 자신감인 동시에 역설적이게도 불안함을 피하기 위한 수단이 되었다.”라고 썼다. 작가의 이러한 생각은 위와 같은 화면에서보다는 힘차게 뿌린 먹물이 흩어진 모습처럼 보이게 그은 선으로 채워진 화면에서 실현되었다. 작가는 먹선을 ‘자신감을 가지고’ 빠른 속도로 그어 동양화와 서예에서 추구하는 미학으로 일종의 착시 효과(illusion)인 기운생동(氣韻生動)을 표현함으로써, 이미지가 무질서해 보이는 화면에서 드러났던 작가의 심리적 불안감을 자신감으로 승화시킨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의미에서 영원 작가에게 먹으로 그리는 행위는 하나의 불제(祓除) 행위가 되었다. 허선정 작가의 작품 이미지는 조용하고 정적이다. 이러한 효과는 여러 요소를 통해 생겨났다. 작가는 채색 시 백토(白土)가 원료인 토분을 섞어 색을 파스텔 조로 만들고, 차분한 느낌이 나도록 했다. 토분은 조갯가루로 만든 호분에 비해 색을 불투명하게 만들어 색감을 가라앉은 듯이 보이게 한다. 작가는 물감을 덧바르기를 반복했다. 이 채색 방식은 붓 자국이나 얼룩이 화면에서 눈에 띄는 것을 줄이고, 먼저 칠한 물감의 색깔과 색감을 원래의 것과 달라지게 하면서 화면을 동 색조로 만들어 차분한 느낌이 나게 한다. 또한 허 작가의 소재는 풍경이든 식물이든 인물이든 모두 정물처럼 보인다. 사각형 형태로 표현된 커튼의 주름은 방향이 같은 선으로 그려졌고, 식물의 이파리는 실내에 있는 것처럼 움직임이 없는 모습으로 묘사되었으며, 나무줄기도 굵기와 모양이 거의 같게, 그리고 굽음이 없이 위를 향해 반듯하게 성장한 모습으로 그려져 정적이고 고요해 보인다. 전시된 허선정 작가의 작품은 2020년에서 2023년 사이에 제작된 것이다. 이 기간이 길지는 않지만, 작품 소재는 야외 풍경, 실내 장면, 실내에서 커튼이나 창을 통해 본 풍경, 실내 장면과 함께 실루엣으로 등장한 창밖에 있는 식물이나 인물 형상 등, 다양하다. “달빛”을 주변보다 밝은색 형태로 표현한 작품은 다른 작품과 비교해 이질적이고 추상적이다. 허선정 작가는 실외 풍경을 그릴 때, 창문이나 커튼 같은 소재를 반투명한 면으로 그리고 이 면의 뒤에 비치는 모습으로 등장시켜 실내 장면과 함께 그리기도 했다. 작가는 실내에서 창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그것을 통해 실내·외의 공간이 이어져 있으며, 이것들 사이를 흐르는 에너지가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고 한다. 작가가 먼저 칠한 색을 부분적으로 알아보게 해 작가로부터 멀리 있는 대상이 그것보다 가깝게 있는 대상과 겹친 듯이 보이게 그린 방식은, 작가 노트를 참고하면, 작가의 위와 같은 공간 인식의 시각화라고 할 수 있다. 한편 허 작가는 창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봤을 때 “불안한 감정”이 들었는데 “‘나’라는 존재를 바라보기 위해” 그 감정을 억제하며 여러 ‘겹’의 공간을 그렸고, ‘이미지를 명상적 분위기에 담았다’라고 썼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허선정 작가의 고요하고 정적인 그림은, 2020년 작품 제목 〈밖을 보려다 안을 보고 말았다〉가 시사하듯이, 내가 있는 공간과 “나”를 비춰주는 거울이 아니라 내가 마주 보고 있는 공간과 “나”를 비춰주는 유리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갑작스레 발견한 작가가 자신을 ‘들여다본’ 행위의 기록이라고 할 수 있다. 김정희 갤러리 시선 자문위원,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이 글을 전체 인용하는 것은 안 되며, 내용을 부분적으로 인용할 때는 갤러리 시선에 연락하고 반드시 출처를 밝히시오.